
여름은 녹아서 흐르고
다담 @dadam_tpn
3.
여름에 살아남기 딱 좋은 얼음 제왕은 죽어가고 있었다. 녹음의 계절이라 이름이 붙은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초록 식물을 제외한 모든 것이 진득하게 녹는다던가. 아무튼 이유가 있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 미친 계절에 그런 예쁜 이름이 붙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노먼?”
눈앞으로 불쑥 들어온 사람은 여름을 빼닮아 있었다. 노먼은 생각을 고쳐먹는다. 예쁜 이름이 붙을 가치가 있지, 그럼. 붉은 머리가 나풀거린다. 이제 눈을 감아도 행복하겠어.
엠마는 질겁했다.
“노먼, 잠들면 안돼! 죽지 마!!”
상대적으로 몸에 열이 많아 더위를 견디기 힘들 엠마는 그러나 그 강철같은 체력으로 어떻게든 멀쩡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노먼은 정반대였다. 어쨌든 건강은 체력 싸움인 것이다. 엠마는 노먼을 헬스장에라도 끌고 다녀야 하나 고민하며 두 볼을 주욱 늘렸다. 물론 노먼의 볼이다. 흰 피부가 타지도 않는다.
노먼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엠마의 책임도 있었다. 40도 가까이 치솟는 더위 속에서 10분 정도를 기다리게 만든 것이다. 엠마는 ‘식용아’들의 대표를 맡고 있었고(바이올렛이 이 명칭을 바꾸는 것이 어떻겠냐고 묻자 엠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방금은 그들의 거주에 관한 행정적인 절차를 논의하고 오는 길이었다. 노먼이 같이 가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하필 중요한 세미나가 겹쳤고, 무엇보다 그 스스로가 엠마의 일을 빼앗기를 원치 않았다. 보스 노릇은 할 만큼 했다.
그리하여 세미나가 행정 업무와 비슷하게 끝나는 관계로 노먼은 (레이의 말에 따르면 희희낙락하며) 선뜻 근처 공원에서 만나서 집에 가자고 말했던 것이다.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지나치게 비범해 인간 세계로 오자마자 각계의 주목을 받으며, 약관의 나이에 여타 교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이 천재는, 미련하게도 실내에서 기다릴 생각조차 않았다. 레이가 듣는다면 기가 막혀 웃을 일이었다. 그리고 그 원인되는 사람은 진지하게 노먼을 들쳐업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간신히 그것을 예측한 노먼은 불에 덴 듯 눈을 뜬다. 역사에 길이 남을 수모를 겪을 수는 없었다.